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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구의 증명(최진영) 줄거리, 솔직후기, 결말포함, 밀리의서재추천

 

제목: 구의증명
작가: 최진영
장르: 한국소설,드라마
한줄평: 기생충을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꼈던 책. 씁쓸하고, 안타깝다.

 

 


 

 

목차

 

1) 구의 증명

2) 작가의 말

 

 

 

줄거리

 

구가 죽었다. 길바닥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구를 담이가 발견했다.

담이는 구의 몸을 끌고 그들의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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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할아버지와 살던 여자 아이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담도 몰랐던 이모가 나타나 담과 함께 살아간다.

그런 담에게 이모만큼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구'였다.

 

'구'와 '담'은 어릴 적부터 손을 붙잡고 붙어다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던 시절부터 구와 담은 서로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다.

 

담과 구는 어릴적부터 함께 붙어있었지만, '노마'라는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죽으면서 잠시 멀어졌었다.

그 때, 담은 이모가 죽고 세상에 혼자 남았다. 가족이 없이, 구도 없이 담이는 세상에 혼자였다.

그래서 담은 하염없이 구를 기다렸다. 구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테니까. 

 

구의 부모님은 가난했다. 삶을 살아갈 수록 빚은 늘어만 갔고, 집은 점점 좁아졌다.

구의 삶도 점차 보이지 않는 구덩이로 꺼져갔다.

 

구와 담이 어른이 되고, 세상을 겪고,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만난다.

서로의 세상에서 유일한 안식처였으나, 구는 끝내 죽는다.

 

그리고 담은 구의 시체를 먹는다. 

세상에 구의 몸을 뺐기지 않기 위해, 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거야.

청설모가 되기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구가 말했다.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거야.

나를 먹을 거라는 그 말이 전혀 끔찍하게 들리지 않았다. 

네가 나를 죽여주면 좋겠어. 병들어 죽거나 비명횡사하는 것보다는 네 손에 죽는 게 훨씬 좋을거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채 모로 누워 팔과 다리와 가슴으로 상대를 옭매었다.

 

노마는 왜 죽었을까.
이모는.
구는 왜 죽었나.
교통사고와 병과 돈. 그런 것이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나. 성숙한 사람은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나는 평생 성숙하고 싶지 않다.
나의 죽음이라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죽어보지 않아서, 죽는 게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호로 남겨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안다.
지겹도록 알겠다.
차라리 내가 죽지. 내가 떠나지.


서평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졌다. 1인칭 시점인데 구와 담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소설이 진행된다.

소설의 처음 부분에선 그걸 구분하기 힘들어, 의아했다. 

나중에 보니 ○는 담의 시점이었고, ●는 구의 시점이었다.

 

또한 이 소설은 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구가 죽고, 구의 죽음을 발견한 담의 독백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1인칭 시점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3인칭 시점처럼 이야기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어 이야기의 윤곽을 파악하는데 힘이 든다.

구의 증명이 딱 그랬다.

 

1인칭 시점인데다가, 죽은 구의 독백과 담의 독백이 번갈아가며 나오다보니,

이런 소설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소설에 몰입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의 죽음을 발견한 담이, 구의 시체를 집으로 가지고 와, 구의 시체를 먹기 시작한다.

구의 머리카락을, 살점을, 조금씩 먹는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담은 살아남을거라 이야기 한다.

죽은 구와 끝까지 살아남아서 담이 죽어야 구도 죽게 만들거라고, 절대 구 혼자 사라지도록 두고 보지 않을거라고 한다.

 

필자는 글자를 읽고 있는데도, 말 그대로 담이 울부짖는거 같았다.

글자들이 소리지르고, 발을 구르고,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은 그 이후 자연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며, 그들의 과거를 보여준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 손에 큰 담. 할아버지가 죽고, 몰랐던 이모가 나타나 담을 사랑해준다.

그러나 이모도 병들어 죽고, 담은 결국 혼자 남는다.

 

구는 부모님이 있지만,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빚은 늘어만 가고, 구도 학생 때부터 공부 대신 돈을 번다.

그러나 상황은 안좋아지고, 사채까지 빌려 쓴 부모님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그 빚은 그대로 구에게 간다.

 

소설 속 구와 담은 말 그대로 하층민이다.

그들을 보호해 줄 보호자도 없고, 지켜 줄 어른도 없다.

세상의 가혹함을 피할 안전 울타리도 없이, 그들은 세상에 내던져진다.

 

그 곳에서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세상을 피해 도망치며, 그들은 큰 꿈을 꾸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곳에서 서로 함께 누워있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 결국 사채업자들에게 구가 잡히고, 맞아 죽게 되면서 담은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만약 구와 담이에게 오롯이 그들을 보호해줄 보호자가 있었다면, 

구의 삶이 구덩이로 빠지기 전, 최소한의 안전 울타리가 있었다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담이 구의 시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는 담을 비난할 수 있을까.

구를 죽음으로 내던져버린 세상을 향해 절규하고 소리지르는 담에게, 

범죄자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고민 되었다.

 

그래서 구의 증명을 읽고 난 후,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돈이 있는 자가, 돈이 없는 자를 잡아먹을 수 있는 세상.

돈은 유전처럼 대물림되고, 돈이 없는 자는 계속해서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그 극명한 대비가 씁쓸하고 울적했다.

 

이 소설은 쉽게 읽히는 소설 보단, 읽고 나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지막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소설 앞부분을 읽어보면 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일반적인 소설만큼 친숙하진 않지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