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서평> 로기완을만났다-조해진 / 로기완원작 /밀리의서재o

제목 : 로기완을 만났다
작가 : 조해진
장르 : 한국소설, 드라마
한줄평 : 탈북민의 쓸쓸함과 애잔함을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공감하며 알려주는 책

 

 


 

줄거리

 

'나'는 다큐멘터리 작가이다.

사람들의 사연을 방송에 내보내고, ARS를 통해 후원을 받게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

그런 '나'는 방송을 통해 윤주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

 

윤주는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도 도망으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재는 얼굴에 혹을 달고 살아가는 윤주의 사연을 방송에 담는걸 계획했던 '나'는 후원을 늘리기 위해

방송 편성을 좀 더 나중인 추석으로 잡게 된다.

자연스럽게 잡혀있던 수술 일정도 미뤄지게 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혹이 악성종양으로 바뀌는

최악의 결과를 듣게 된다.

 

'나'의 호의로 시작된 결정만 아니었으면 악성종양이 되기 전, 수술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후회와 절망을 느낀다.

 

그 때 잡지사에서 본 L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L은 북한 탈북민으로 이름은 로기완이다.

로기완의 삶에서 이상한 이끌림을 느껴 '나'는 방송작가를 그만 두고 로기완의 흔적을 따라 브뤼셀로 떠난다.

 

그 곳에서 로기완의 지인인 '박'을 만나고, 박에게 전해받은 로기완의 일기장을 보며

로기완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 속에서 '나'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로가 교회에 아예 발을 끊게 된 건, 예배 중 목사가 북조선은 생지옥이므로 하루빨리 북조선의 길 잃은 양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것을 들은 이후부터였다. 로는 자신의 조국이 가난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곳이 지옥이라고는 단 한번도 여기지 않았다. 대체 지옥은 무엇이란 말인가?
로는 궁금했다. 가난이 지옥이라면, 자본주의에도 지옥은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국가는 일부만이 그 지옥을 경험하지만, 자신의 조국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절박한 지옥을, 너무도 조직적으로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뿐, 그뿐이라고 로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시신을 판 돈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유럽까지 온 것에 대해 자신이 그때껏 단 한번도 단죄다운 단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로는 생각했다. 남쪽 선교사들은 로의 행동을 오히려 숭고한 것으로 미화했고, 조선족 브로커를 비롯하여 함께 베를린행 비행기를 탄 열하옵명의 중국인들은 로의 사연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로는 누군가에게라도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단죄를 받고 싶었다.


총평

 

로기완을 만났다를 일게 된 건, 영화 로기완을 통해서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배우의 활동에 호기심이 일어, 어떤 작품인가 하고 찾아보다

책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두 캐릭터의 시점으로 각각 그려진다.

자신의 결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됐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절망을 느끼는 '나'

어머니와 중국에서 숨어 살다, 어머니가 죽고 그 시신을 판 돈으로 유럽 브뤼셀로 도망친데서 절망감과 슬픔을 느끼는 '로기완'

 

두 캐릭터는 묘하게 닮은 슬픔을 공유한다.

아무도 자신에게 너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데서 오는 혐오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해하길 바라는 합리화.

상대에게서 용서받고 싶다는 이기심까지.

 

'나'는 로기완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어쩔 수 없었다는 합리화 이면에 감춰져 있는 자신의 죄책감, 슬픔과 절망을 마주한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그 상대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용기있게 털어놓고,

어쩌면 자신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러나 그 사실을 마주하고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다.

 

로기완 또한, 어머니의 유언이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난민 자격도 얻고, 브뤼셀에 정착한다.

이 후,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불법체류자였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난민자격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의 불법체류자가 된다.

단순히 숨만 쉬며 살아있느 '삶'보다는 인간다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진짜 '삶'을 선택하며 로기완은 진짜 나를 찾는다.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각자의 죄책감이 있다.

이 죄책감의 원인을 모르는 척 하지 않고, 마주하며, 극복하고,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도 탈북민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공감하게 된다.

문학적인 문장과 표현에 감탄하며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밀리의 서재에도 해당 책이 있기 때문에

혹시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소설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